우리는 저 삼라만상의 세계가 우리와 상관없이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과연 그러합니까? 지구 밖에서 보면 지구는 아주 푸르고 매끈한 공처럼 생겼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울퉁불퉁하고 다채로운 지구에 삽니다. 더 나아가 그 굴곡진 사막의 매끈한 모래 알갱이 한알 속으로 들어가보면 바이러스는 거친 산맥같은 모래 구조 속을 지나고 있습니다. 더 깊이에서는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소립자의 에너지 덩어리들인 움직임입니다. 그와같이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사물들의 차이는 사실 사물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차별하여 느끼고 보는 측정장치, 또는 보는 눈에 있으며, 이는 분별되는 만물의 모습이 마음에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저자 주).
...유식학에서는 세상을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하지요? 분별되는 세계는 마음이 만들어낸 것이며 인식작용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육감六感에 의한 육식六識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없습니다.우리의 육감六感에 의한 육식六識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없습니다. 칸트가 말한 ‘물物 자체는 우리가 경험할 수 없다.’라는 것이 불교의 유식학에서 말하는 능변, 소변과 통하는 얘기입니다. 우리의 육감에 의한 육식六識(안식眼識, 이식耳識, 비식鼻識, 설식舌識, 신식身識, 의식意識)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없으며, 마음의 흔적에 의해서 비틀린 채로 보게 된다는 말입니다. 현대 양자물리학에서는 이 부분을 더 깊이 이야기하고 있는데, 비틀린 채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사물의 본성 자체라는 것이 없다고 말합니다. 관찰자에 의해서 사물은 달라보이게 된다는 관찰자 효과를 주장하죠. 빛이 파동이라고 가정해서 장치를 구상해 실험해보면 빛은 파동으로 보이고, 빛이 입자라고 가정해서 장치를 만들어 실험해보면 빛은 입자로 보입니다. 그래서 빛은 입자이기도 하고 파동이기도 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빛은 ‘입자다’ 또는 ‘파동이다’라는 것도 우리의 능변能遍에 의해서 오염된 소변所遍일 뿐입니다. 즉, 빛은 입자도 아니고 파동도 아니라는 거예요. 우리에게 그렇게 나타난 것뿐이죠.우리가 세상을 지각하는 커다란 두 가지 방식이 파동과 입자일 뿐입니다. 빛은 결코 파동도 입자도 아닌데, 우리가 그 안에서 입자나 파동적인 면만 뽑아서 보고 있는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다리만 만져보고 ‘코끼리는 기둥이야’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죠. 엄밀히 말해서는....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