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란 삶을 살아가는 유용한 마음의 도구이며, 그 도구가 잘 쓰이기 위해서는 그 무엇도 아닌 공에 뿌리박을 때 가능하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편집자 주).

..내 안에서 끊임없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경험의 흔적들은 이 자아自我라는 무게중심을 기반으로 질서 있게 정렬됩니다. 그렇게 자아自我를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는 정신분열 없이 한 사람인 것처럼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자아自我라는 무게중심이 사라지면 꿈속의 상태와 비슷해집니다. 꿈속에서는 일관된 한 사람의 자아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물속을 자유롭게 헤엄쳐 다니다가 갑자기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기도 합니다. 과거 경험과 몸을 가진 내가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디선가 보고 들은 것이나 책에서 읽은 것들이 자기 행세를 하고 잠깐 잠깐 중심 역할을 합니다. 만약 꿈속에서도 평상시의 자아가 무게중심으로서의 역할을 한다면 현실성 없는 꿈은 꾸지 않을 것입니다. 일상적인 의식의 세계에서는 대상을 봄으로써 “나는 상처받지 않아야 해, 나를 지켜야 해” 등을 끊임없이 재인식 시키고 있습니다. 매 순간 이렇게 자기강화를 하기 때문에 자아가 미치거나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중심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자아라는 무게 중심이 없는 꿈속에서는 질서 없이 혼돈스럽지만, 깨어있는 낮에는 자아가 태풍의 중심, 수레바퀴의 중심과 같은 역할을 하지요. 바퀴는 가운데가 텅 비어있지만 그 중심이 주변의 바퀴살을 모두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와 같이 자아도....more

045머물지(23-1).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