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 화는 안 나시나요?
초 : 화는 많이 없어졌어요.

허 : 혹시 화가 나면 어떻게 처리하시나요?
초 : 화가 올라오면 본성이 바로 알아채요. 알아차리니까, 알아차리는 동시에 사그라들어요. 화를 꺾고 이런 것이 아니에요. 이 과거의 흔적 덩어리가 안에 있다가 바깥으로 나오면 바로 알아차리게 돼요. 순간적으로 바로 알아채는 거죠.

허 : 화가 나타나는 순간에 알아챈다?
초 : 그렇죠. 객관적으로.

허 : 알아차리면 저절로 화가 수그러드나요?
초 : 네. 알아차리는 순간 그렇게 되죠. 내가 캄캄한 물 속에 있다가 올라와서 전체를 보고는 바다였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순간, 그전에 ‘이것이 뭘까?’하고 두려워하던 것이 적어지는 것과 같아요. 모든 분노는 자기를 지키기 위한 일종의 두려움이죠. 우리 일상에서도 많이 험할 수 있을 거예요. 그것을 알아차리면 화가 저절로 사라지죠.

천 : 화가 났다는 것은 화와 초현이가 붙어있다는 것 아닙니까? 그러다가 본성이 그것을 보는 순간, 화와 초현이 떨어져나가나요?
초 : 떨어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사그라드는 거죠.

천 : 화에 대한 에너지가 확 줄어들어요?
초 : 그렇죠. 확 사그라들죠. 굉장히 짧은 순간이라, 말로 사그라든다’라고 표현하기가 좀 애매하지만 어쨌든 확 녹아든다고나 할까요?

｜초현｜오인회 편집부 인터뷰｜
초현 님은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2008년 말 깨어있기가 처음 시작되는 시점에서 천강 님과 함께 연습을 했고 그때‘내가 없음’을 경험하고는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사업가로서 해야 할 일도 이루어야 할 것도 많고, 많은 즐길 거리와 책임져야 할 가족들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그 모든 것을 이룰‘나’가 없다고 하니 두려움을 느낀 것입니다. 그런데 일상을 살며 복잡한 마음이 되었을 때 이 투명한‘나 없음’속으로 들어가면 평안하고 안락했기에 5년 여를 그 속으로 즐겨 들어가 있다가 최근‘그것을 즐길 나’마저 없으며, 그때 도리어 ‘내가 없는’정성, 이유 없는 생명의 힘을 쓰게 된다는 것을 발견하고, 진실한 평화의 새로운 일상을 살아가고 있기에 인터뷰하였습니다(편집자 주).

근본경험 - 투명한 의식을 즐기는 자마저도 없다(3부).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