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씀을 벗어나 중생도 부처도 모두 개념임을 체험하는 것입니다. 드디어 땅을 체험하는 것입니다. 내가 늘 밟고 서 있으면서도 모르고 있었던 땅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처음엔 손으로 잡으려고 했습니다. 지금껏 모든 것을 손으로 잡아서 얻고, 경험하고, 느끼고, 알았듯이 같은 방식으로 땅도 손으로 잡으려고 해왔어요. 그런데 거대한 땅은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도리어 손이 땅 위에 놓여있지요. 그래서 알기 어려운 것입니다(저자 주).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그 마음의 과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요? 마음의 과정을 명확히 보기만 하면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까지끊임없이 이야기 해 왔습니다. ‘나와 대상의 분열’이 가장 기본적인 작용이고, 마음이 그렇게 ‘나와 대상’으로 분열되었기 때문에 ‘지각하고, 알고, 느낀다는 모든 현상’이 일어나게 되는데, 그 모든 ‘마음의 현상이 현상일 뿐임을 알 때’ 자연스럽게 현상에서 벗어난다고 말입니다.1) 현상을 떠나있거나 경험하는 누군가가 따로 있어서 그것을 보는 것이 아닙니다. 현상이 현상일 뿐임을 본다는 것은, 마음의 현상 속에 에너지가 빠져 들어가서 무의식적으로 자동적인 에너지의 움직임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그 일에서 빠져나온다는 것입니다. 누가 나올까요? 특별히 빠져나오는 사람은 없어요. 그냥 그 머무르려는 에너지의 자동패턴이 끊어지는 것입니다. 어떻게 끊어질까요? 현상으로서의 ‘나’가 ‘나 자신도 하나의 마음작용’임을 볼 때, 저절로 마음의 중심이 어디에 도 머물지 않게 되는 일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마음의 구조를 보기만 하면 되는데 자꾸 무엇을 얻으려고 합니다. 컴퓨터 속의 회로구성을 보라고 말해주는데 여러분은 자꾸 마우스를 움직여서 회로를 그렸다 지우고 반복하며 무언가를 얻으려고 해요. 회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라고 하는데, 모니터에 회로를 그리고 있는 식이에요. 그것이 바로 얻을 수 없는 것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죠. 얻겠다는 마음이 있다는 것 자체가....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