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이 사무실에서 집으로 가려는 의도를 갖는 순간 멀리 떨어진 집에서는 갑자기 애완견이 하던 모든 놀이를 멈추고 문을 향해 달려가 주인을 기다린다. 이것은 텔레파시가 뛰어난 미래의 어느 개가 행하는 행동이 아니다. 주인과 교감이 잘되는 애완견이라면
주인이 사무실에서 집으로 가려는 의도를 갖는 순간 멀리 떨어진 집에서는 갑자기 애완견이 하던 모든 놀이를 멈추고 문을 향해 달려가 주인을 기다린다. 이것은 텔레파시가 뛰어난 미래의 어느 개가 행하는 행동이 아니다. 주인과 교감이 잘되는 애완견이라면 누구나 그것이 가능하며 그것을 애완견과 주인을 동시에 촬영하는 실험을 통하여 증명했다고 쉘드레이크 박사는 말한다. 이번 강연에서 쉘드레이크 박사는 생물 집단 사이에 지금까지 과학이 인식하지 못한 어떤 연결 수단이 존재할 가능성을 검토하고, 실험하였으며 거기서 얻은 긍정적이고 놀라운 결과를 발표한다. 특히 애완견이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주인의 의도를 알아채는 실험은 그들의 텔레파시 능력을 놀라울 정도로 극명하게 보여준다. 독일의 한 TV에서 실험한 내용이 소개된다. 이 실험들 하나하나는 아주 큰 의미들을 내포하고 있다. 애완동물들이 그 주인들과 보이지 않는 무언가로 연결되어 있다면, 사람과 야생동물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수천년 동안의 전통 무속 신앙도 다시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서로 다른 종끼리 상호 소통이 일어난다면 같은 종 내부에서 일어나는 미지의 연결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여야 할까? 비둘기들이 집을 찾아오는 능력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연결 수단에 의한 것이라면 집찾아오기 능력을 지닌 많은 다른 종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새, 물고기, 포유동물, 곤충, 그리고 그밖의 동물들의 이주에 유사한 힘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사람의 경우에도 사냥꾼들과 유목민들에게 잘 발달되어 있는 방향감각이 그와 유사한 특성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발견되지 않은 서로 다른 종류의 장(場)들이 많이 존재할 수도 있다. 애완동물과 주인 간의, 비둘기와 둥지 간의, 흰개미 집단 구성원들 간의 연결 방식은 완전히 서로 다른 현상이며 공통점이 전혀 없을는지도 모른다. 각각의 현상은 새로운 종류의 장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거나 원격 감응을 일으키는 물리적 연결에 의한 것일 수도 있으며, 전반적인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서로 완전히 다른 것일 가능성도 있다. 나는 이런 현상들이 서로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하는 가설이 더 경제적이라고 생각한다. 각각의 현상들 모두는 유기적인 조직의 각 부분들을 아우르는 한 가지 종류의 새로운 장을 나타내는 다양한 표현 양태들일 것이다(그림 참조). 나는 그것을 형태장(形態場)이라고 생각한다. 이 장을 '생물학적 장(biological field)' 또는 '생명장(life field)' 등 다른 이름으로 명명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통합된 장 이론이 확립되기 전까지 모든 새로운 종류의 장(場)은 어쨌든 물리학의 알려져 있는 장과 연계될 수밖에 없다.
[그림 1] - 자율조직 시스템의 순차적 조직단계들. 전체 조직의 각 단계는 저마다 고유의 형태장(形態場)의 영향을 받는다. 화학의 예를 들면, 외곽원은 한 결정체의 형태장을 나타낸다. 그 안의 원들은 분자의 형태장들을, 그 분자들 안의 원들은 원자의 형태장들을, 그 안의 원들은 아원자 입자들의 형태장들을 품고 있다. 사회생활을 하는 동물들의 경우에 외곽원은 전체 집단의 형태장을 나타내고, 그 안의 원들은 개개의 동물들을 나타내며, 또 그 안의 원들은 그 동물들의 내부기관들을 나타낸다. [그림 2] - 한 집단의 구성원들이 모집단으로부터 분리될 때 전체 집단의 형태장이 늘어나는 방식을 표현한 것이다. 이 장은 한 집단의 서로 분리된 구성원들을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시킨 것처럼 작용한다. 애완동물과 집밖의 주인, 비둘기와 둥지에 있는 동료들, 같은 흰개미 군락 내의 서로 분리된 구성원들 간의 감응현상에 이 원리를 적용할 수 있다.
근본적으로 지금까지 물리학계는 생명계에서 새로운 장을 입증해주는 현상들이 존재할 가능성을 무시해왔기 때문에 통합된 이론이 완성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거의 이해할 수 없는 실험 결과들이 속출하는 한, 그 가능성은 활짝 열려있다.<루퍼트 쉘드레이크 저 'Seven experiments that could change the world'(국내 번역본 - 양문출판사 간)'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