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받고 있는 핍박逼迫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무엇으로부터 핍박받고 누가 핍박받고 있을까요? 불교는 핍박이 분별과 분리로부터 오고, ‘나’라는 것이 핍박받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는 우리가 기준 삼은 내적인 감지와 생각들이 끊임없이 평가와 결론을 내림으로써 스스로를 옥죄기 때문입니다. 부모 이전의 세대로부터 물려받은 것과 내 경험의 흔적들이 나도 모르게 저절로 평가하고 결론을 내려요. 내가 하는 일이 아니지만, 우리는 자신이 평가내리고 또 자신이 핍박받고 있다고 이름을 붙입니다. ‘나’라고 여겨지는 것이 하는 일은 이름을 붙이고 생각으로 개념화하는 작업입니다. 그렇게 나누고 분별해서 이름 붙이는 작업을 통해 스스로가 핍박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엄밀히 들여다보면 이름붙인 것에 불과하다는 말입니다.
미래에 받을 고통이란 무엇일까요? 의식작용은 기본적으로 주체와 대상을 나누고, 대상을 더 세세하게 분별하여 좋고 나쁨을 붙여서 좋은 것에 집착하고 싫은 것에는 저항합니다. 그런 의식의 진행과정에 들어앉아있으면 과거 경험을 기반으로 좋고 싫음을 판단하고, 평가하고,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결론은 미래에 닥칠 고통의 씨앗입니다. 미래에 흘러올 경험과 일어날 일에 그때그때 반응하며 살지 못하고 과거의 기준을 가진 채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과거의 기준이 없으면 우리는 혼란스러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안심하고 비빌 언덕이 없기 때문에 끊임없는 변화 속에서 두려움을 경험해요. 변화 속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아는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과거 경험을 기반으로 하는 ‘앎’이라는 기준 때문에 우리는 안정감을 느끼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끊임없는 비판과 판단, 좋고 싫음을 통해서 스스로를 굴레 속에 밀어 넣고 있습니다. 결론 내려진 ‘이것이 옳다, 이래야 한다. 나는 안다’라는 기억과 흔적들이 어떤 상황과 조건을 만나면 드러나고 주장되어 또다시 많은 고통을 일으키게 될 것이니 그것에도 한계가 없습니다. 평가해서 결론지은 과거 경험이 한계 없이 쌓여있듯이 미래에 받을 고통도 당연히 한계 없이 나타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원문에서 말한 대로 현재에도 무량한 핍박이 있고 미래에 받을 고통도 한계가 없는데, 우리는 그것을 모릅니다. 앞으로 나한테 맞지 않는 조건과 상황이 온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나의 신념에 대해 틀렸다고 말하는 누군가를 보면 밉고, 내가 안다고 여긴 것에 대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사람을 보면 짜증이 올라오고 내 주장이 올라옵니다. 내면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을 ‘자기’라고 믿는 사람들인 중생은 이처럼 심히 가련합니다. 그렇다면 고통을 받지 않기 위해서 모든 기준들을 없애야 할까요? 아닙니다. 흔히 말하는 명상이나 마음을 고요하게 하는 방법들은 그런 기준들을 없애버리려고 합니다. 기준을 잊고 그것으로부터 떠나면 마음은 텅 비고 고요해져서 더 이상 괴롭지 않고 편안하며 평화롭습니다. 그러나 다이내믹한 삶과는 거리가 멀죠. 그런 마음에는 변화가 없고 평화만 있는데, 그 평화는 곧 적막함이고 죽음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혼돈과 불안, 변화로 가득한 현상 속에서도 그 현상은 절대적인 본질이 아니라 나타난 모습이라는 것을 파악하려고 합니다. 절대적인 본질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에, 많은 현상과 변화로 인한 흔들림이 있다 해도 핍박받거나 고통 받을 일은 없습니다. 그것들은 모두 느낌일 뿐이니, 그 느낌에 내가 뿌리박지 않고 자연스럽게 처리하면 그만입니다. 다만 필요하다면 그때그때 느낌을 사용하면서 생동감 있게 살아가면 됩니다.
- 《대승, 현상과 본질을 뛰어넘다》 下권 416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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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내용은 ‘깨어있기-의식의 대해부’ 워크숍의 후속모임인 오인회(悟因會)에서 월인 님이 강의한 2012년 대승기신론 강의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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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대승기신론 강의 79강
▶ 강의: 월인(越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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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_현상과_본질을_뛰어넘다_下권_4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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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은 안정감을 주지만 동시에 굴레 속에 밀어넣는다│대승기신론 강의 (下권 4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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