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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1. 워크숍에서 하던 경험을 집에서도 이어가보세요.
  2. 9月: ‘생각하는 나’를 스스로 비추는 재귀적 의식의 탄생
  3. 7月: 수운의 깨달음의 구조가 보인다
  4. 5月: 다르마와 이상적인 삶
  5. 3月: 사물의 경계와 마음의 경계
  6. 1月: 이유 없는 기쁨, 생명력의 원천
존재와 비존재│대승기신론 강의 (中권 2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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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기신론에 두 가지 흐름이 있습니다. 하나는 진제眞諦 곧 진리를 향해 가는 길이고, 또 하나는 진리에서 속제俗諦로 다시 나오는 길입니다. 지금까지는 속俗에서 진眞으로 가는 길에 대해 주로 얘기했죠. 진眞에 이른 사람은 다시 속俗으로 나와야 한다는 얘기는 뒷부분의 수행문에서 주로 나올 것입니다.

염법染法은 시작이 없는 때로부터 훈습하여 끊이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왜 무시無始의 때로부터 훈습인가 하면, 염법은 벌써 법法 자체가 물들었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업상業相, 카르마 자체가 조상으로부터 또는 까마득하게 오래된 미생물로부터 진화하고 변화되어 왔다면, 그 변화의 과정에서 물들어 온 것입니다. 할아버지 시대의 극한적인 상황의 환경이 손자 세대에 무의식적으로 심어져서 그 상황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고 후생유전학後生遺傳學에서는 말합니다. 예를 들면 할아버지 세대에 심한 가뭄을 겪었다면, 손자 세대에는 가뭄을 경험한 적이 없음에도 잠시 비가 안 오거나 물이 좀 부족하다 싶으면 물 부족에 대비한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하는데, 이는 무의식적인 두려움이 있다는 말입니다. 이처럼 윗대의 경험이 의식과 무의식에 심어져서 아랫대에 발현하는 것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태어나면서부터 갖고 나오는 특성들이 있습니다. 사람에게도 있고, 동물종마다 있고, 식물에게도 있습니다.

차이는 있습니다. 식물과 동물 사이에도 차이가 있고, 인간들 각자의 차이들도 있습니다. 차이란 그것을 인식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므로, 차이를 인식할 수 있다면 차이가 있는 것이고 인식할 수 없으면 차이가 없는 것입니다. 차이가 있다, 없다는 것은 관계에요. 볼 눈이 있으면 보이는 것이고 볼 눈이 없으면 안 보이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있다, 없다라는 것은 말하는 사람의 기준에 기초한 것이지, 대상 자체가 있거나 없다고 절대적으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염법은 무시의 때로부터 훈습되었다’는 말 자체도 상대적인 것임을 알 수 있겠죠. 즉, 염법은 일종의 착시나 환상에 속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눈에는 이 볼펜이 보이지만 이것은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일 뿐, 실제로 이것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이 볼펜이 대상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이것을 볼 수 있는 감각기관을 가진 주체인 우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대상은 주체 없이 홀로 존재할 수 없어요. 우리가 경험하는 이 세계는, 우리 감각 기관과 잘 맞아서 다시 말해 우리의 감각기관의 영역 안에 들어오니까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시無始의 때로부터 훈습되어 단절되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사실 주체와 대상의 관계를 알아채는 순간 그것은 이미 단절된 것입니다.

애초에 훈습은 있지도 않았어요. 그렇지만 그것을 알아채지 못한 상황에서 염법은 무시無始의 때로부터 끊임없이 물들면서 단절되지 않고 전달되어 업상과 전상과 현상을 거쳐서 다양하게 펼쳐지게 됩니다. 현상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또는 일어나지 않기도 합니다. 우주는 현상과 비현상으로 가득 차 있어요. 그런데 어떤 현상이 존재로 의식될 수 있는지의 여부는, 감각기관이 그 현상을 얼마나 오래 붙잡을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의식이 일어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동안 감각기관에 접촉될 수 있는 것을 ‘존재’라고 합니다. 이 마우스는 존재합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눈이라는 감각기관에 보이고, 손이라는 촉감에 잡히는 시간이 일정기간 동안 유지되어 우리가 의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것을 존재라고 합니다. 그런데 만약 이 마우스가 1초에 100번 생겨났다 사라진다고 해 봅시다. 그러면 과연 이것은 나한테 존재하는 것일까요? 우주는 현상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 현상들이 존재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그것을 존재로 인식할 수 있는 감각기관을 가진 무엇(주체)이 있어야만 합니다. 주체와 대상의 상호관계에 의해 하나의 대상으로 그 감각기관에 잡히는 것입니다. 그런 끊임없는 현상들 속에서 존재로 나타기도 하고 비존재로 사라지기도 합니다. 있다고 여겨지는 것은 그 감각기관에 접촉될 때이고, 그 감각기관에 접촉되지 않거나 그 범위를 넘어서면 없다고 여겨지는데, 그렇다면 그 대상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것입니다. 감각기관에 대한 상대적인 의미를 가진 있다, 없다가 될 뿐이에요.

이와 같이 존재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변화는 끊임없이 있어 왔습니다. 그래서 단절은 없는 것입니다. 현상 세계는 끝나지 않는 우주의 놀이터인 셈이죠. 그러므로 현상 이면을 보는 눈이 필요하고, 현상 이면을 보는 사람에게 드디어 단절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불성佛性을 얻은 이후에 현상의 끊어짐이 있다(乃至得佛, 後則有斷)고 했습니다. 드디어 염법이 끊어진다는 말입니다. 염법이 있다는 것은 마음이 끊임없이 현상을 본다는 의미입니다. 분별하고, 호오好惡와 고락苦樂, 그리고 집착이 생겨나는 그 수많은 염법들은 부처가 된 이후에 단절됩니다. 본질을 본 이후에 단절 아닌 단절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은 애초에 단절도 단절 아님도 없었습니다. 그 현상을 보는 감각기관을 ‘사실로’ 믿기 때문에 현상은 계속되지만, 모든 사실은 그저 ‘현상’에 불과하므로 본질의 측면에서 이미 그 현상은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탁자라는 것이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죠. 탁자는 여러 가지 다양한 부위로 구성돼 있고, 몇 십 년이 지나면 그것들은 모두 사라집니다. 그 기간 동안 우리의 감각기관이 붙잡고 있으니까 탁자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또 지금 이 순간에도 탁자라는 것은 따로 없어요. 위의 상판과 네 개의 다리로 이루어진 무엇을 ‘탁자’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을 뿐입니다. 또 우리의 보는 눈을 나무 수준에서 원자나 소립자 수준으로 내려가 보면 거기엔 어떤 탁자도 없습니다. 이렇게 ‘탁자’란 상대적이고 일시적인 대상일 뿐입니다.

본질을 본 이후에 단절 아닌 단절을 보게 된다는 말은 현상 너머를 보게 된다는 뜻입니다. 현상 세계는 단절이 없어요, 현상을 사실로 보는 한은 결코 이 염법의 단절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현상의 너머를 보게 되면 이 염법의 단절은 이미 일어나 있는 것입니다. 단절될 필요도 없이 염법이라는 것 자체가 애초에 없다는 것입니다. 본질의 측면에서 이미 현상은 늘 단절된 상태입니다. 염법은 아무 힘없는 지도와 같은데, 직접적인 땅과는 관련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가상의 땅인 지도에 힘을 주는 것이 믿음입니다. 그 지도가 힘을 발휘하는 것은 거기에 에너지를 주는 믿음 때문인데, 그 믿음을 떠날 수 있을 때 염법의 단절은 즉각 일어납니다.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단절돼 있어요. 그래서 염법은 사실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정법훈습은 단절이 없습니다. 염법훈습은 본질을 본 이후에 단절이 있는데 정법에 단절됨이 없는 이유는 본질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본질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기 때문이에요. 본질은 중생의 마음이나 부처의 마음, 또는 보살의 마음이나 살인자의 마음이나 성자의 마음이나 그 어느 하나 미치지 않는 곳이 없어요. 언제나 본질은 있고, 그것을 토대로 모든 현상이 일어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법은 끊임없이 현상들을 물들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간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미치지 않는 곳이 없기 때문에 미래에까지 이른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 《대승, 현상과 본질을 뛰어넘다》 中권 2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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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내용은 ‘깨어있기-의식의 대해부’ 워크숍의 후속모임인 오인회(悟因會)에서 월인 님이 강의한 2012년 대승기신론 강의의 일부입니다.
▶ 이 강의 전체가 단행본으로 출간되어 있습니다: 《대승, 현상과 본질을 뛰어넘다》 상,중,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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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대승기신론 강의 46강
▶ 강의: 월인(越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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