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가지 염심染心이 일으키는 번뇌를 대승기신론 소疏에서는 열 가지로 구분했는데 이를 십사번뇌十使煩惱라고 합니다. 날카로운 다섯 가지 번뇌인 오리사五利使와 다섯 가지의 둔한 번뇌인 오둔사五鈍使입니다. 이를 세분해서 알아두면 내가 어떤 번뇌에 빠져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둔한 번뇌란 그냥 멋대로 일어나는 에너지 흐름에 끌려 다니는 번뇌를 뜻하며, 날카로운 번뇌란 진리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번뇌를 의미합니다. 일반 사람들은 둔한 번뇌에 시달리지만, 진리를 추구하기 시작하면 날카로운 번뇌에 시달리기 시작합니다.
먼저 둔한 번뇌, 오둔사五鈍使를 살펴보겠습니다. 탐욕사貪欲使, 진에사瞋使, 무명사無明使, 만사慢使, 의사疑使가 이에 해당합니다. ‘탐욕’은 갖고 싶고 얻고 싶은 욕망입니다. ‘진에’는 분노를 말하는 것으로 내가 가진 기준 때문에 생겨납니다. 그 기준을 자기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 기준을 강렬하게 믿을수록, 주의를 쏟을수록, 그것에 에너지가 많이 멈출수록 그것과 반하는 일을 만나면 분노는 커집니다. ‘무명’이란 내가 가진 기준 때문에 탐욕이나 분노가 자라남을 모르는 어리석음이며, ‘만사’, 오만함은 자기가 잘났다고 여기는 마음입니다. 자신이 잘났다고 여기는 마음 밑바닥에는 ‘나’와 ‘너’가 존재하고 그 둘은 서로 ‘다르다’는 믿음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런 허상을 믿는 상태에서 내가 잘났다는 상相이 생겨납니다. ‘의사’, 의심은 진리로 가는 길을 믿지 못하고, 마음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을 말해줘도 “정말 그럴까? 그게 무슨 소용이야?” 하는 마음입니다.
오리사, 즉 날카로운 번뇌는 진리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집착인 법집法執인데 신견사身見使, 변견사邊見使, 사견사邪見使, 견취사見取使, 계취사戒取使가 이에 해당합니다. ‘신견’身見은 몸이 존재한다고 여기는 견해이며, ‘변견’邊見은 주변이 있다고 여기는 견해입니다. 다시 말해 나와 대상이 존재한다고 믿는 것입니다. ‘사견’邪見은 삿된 견해입니다. 옛날에 소피스트Sophist들이 교묘하게 사람들을 현혹시켰던 것처럼 이해가 깊지 않은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견해입니다. 주로 어떤 경지를 설說하는 견해들인데, 깨달음에는 순차적인 단계가 있어 그 단계들을 모두 거쳐야만 한다는 것들이죠. 그러나 그러한 경지라는 것은 말로 설명하고 이해를 돕기 위한 하나의 방편일 뿐입니다. 이러저러한 경지가 있고 그 단계를 거쳐야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사견邪見입니다. 아무리 높은 경지일지라도 하나의 현상에 불과함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또, 초능력 등의 이상한 능력을 추구하는 것도 사견邪見에 속합니다. 그런 능력들을 얻게 되면 자아自我가 더 강화될 뿐이에요. 자기를 벗어나서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미묘하게 자기에 묶이게 되며 나와 너를 나누게 됩니다. ‘견취’見取는 하나의 견해에 강하게 집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모든 견해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잠시 나타난 임시적인 현상일 뿐, 그 어떤 견해도 진리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깨달음마저도 없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깨달음이 있다고 말하는 것도 하나의 견해일 뿐이죠. 그래서 부처님이 수보리에게 “수보리야, 자신이 깨달았다고 여기는 아라한이 있느냐?” 라고 묻자, 수보리가 “그런 아라한은 없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만약 깨달음이 있다고 여긴다면 그는 무명 속에 빠져있는 것입니다. ‘계취’戒取는 계율에 집착하는 마음입니다. 도를 닦고, 수행하는 방법을 믿는 것입니다. 물론 계율이 사람의 게으르고 집착하는 마음을 일깨워서 벗어나게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그 계율을 자신에게 적용함은 대체로는 괜찮습니다만, 다른 사람에게 “이래야 돼.”라고 주장하거나 자기 자신을 너무 괴롭게 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수도를 한다는 것은 기타 줄을 조율하는 것과 같이 하라고 했습니다. 너무 조여서도 안 되고 너무 느슨해도 안 되듯, 계를 지키는 것도 중도와 균형을 이루는 것이 필요한데, 너무 엄격하게 지키려고 하는 것이 바로 계취戒取입니다. 이 다섯 가지가 진리를 추구하면서 생겨나는 번뇌인 오리사五利使입니다.
이러한 열 가지 번뇌를 일으키는 것이 염심染心, 다시 말해 분열된 마음입니다. 나와 대상으로 나누어 놓고 이래라 저래라, 이것이 옳아 저것이 옳아, 경계를 나누고 구분해서 좋은 것에 집착하고 싫은 것에 저항하는 마음입니다.
- 《대승, 현상과 본질을 뛰어넘다》 中권 72-75쪽
▶ 이 내용은 ‘깨어있기-의식의 대해부’ 워크숍의 후속모임인 오인회(悟因會)에서 월인 님이 강의한 2012년 대승기신론 강의의 일부입니다.
▶ 이 강의 전체가 단행본으로 출간되어 있습니다: 《대승, 현상과 본질을 뛰어넘다》 상,중,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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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대승기신론 강의 31강
▶ 강의: 월인(越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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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한 번뇌와 날카로운 번뇌│대승기신론 강의 (中권 72쪽) (자막을 켜고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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