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同相은, 컵이나 접시가 모양은 다르지만 같은 재료인 진흙으로 만들어졌음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재료가 같다고 하면 “재료가 같으니 본질이 같은 거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대승기신론에서는 ‘상相’을 붙여서 동상同相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같다는 것도 다르다는 것도 상相이라는 것이지요. 그것을 기반으로 모든 설명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항상 잊지 말아야 합니다. 동상同相은 도자기는 모두 진흙으로 만들어졌다는 측면으로, ‘같다’는 말은 ‘다르다’는 말에 의존하므로 ‘동상同相’이라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다르다’도 ‘같다’라는 말이 있음을 전제로 하기에 ‘이상異相’이라고 합니다. 말이라고 하는 것은 이렇게 늘 서로가 서로한테 의존하고 있으므로 앞으로는 그냥 ‘같다, 다르다’라고 여기지 말고, 상相의 개념을 늘 염두에 두고 말해보세요. 상相은 서로 그 개념을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서로 상相’의 한자를 사용한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말은 그 사람의 경험이 있든 없든 간에 경험을 나누어 개념화시킨 것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개념화된 말은, 개념을 떠나있고 나누어지지 않은 그 경험 자체를 결코 설명할 수 없습니다. 상相이 붙은 이유는 그것을 알고 이 말을 들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무루無漏는 번뇌없음을, 무명無明은 어리석음을, 업환業幻은 업이 만들어낸 환상을 뜻합니다. 번뇌없음과 어리석음의 여러 업환이 모두 같은 진여의 성상性相을 지니고 있다고 했습니다. 말이 이상하죠? 진여眞如는 진리이고 본질인데, 특성의 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어요. 이 ‘상相’이라는 말에 관심을 기울이고 보기 바랍니다.
업환業幻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업業은 감각을 통해서 마음 안에 들어와 남은 흔적들을 말하며, 깨어있기에서 말하는 감지에 해당한다고 했습니다. 미묘한 느낌에서부터 거친 느낌, 그 느낌에 붙은 이름, 이름 간의 관계인 생각, 생각이 끼어들어서 만들어 내는 감정 등의 다양한 스펙트럼의 감지가 있고, 이 모든 감지가 업業입니다. 그 업의 가장 기본적인 작용은 마음속에 경계를 만들어서 나와 너를 분리하는 것입니다. 분열되지 않은 마음을 가진 어린아이는 ‘나’와 ‘너’를 모르는데, 마음이 분열되면서부터 ‘나’와 ‘너’를 알고 여러 가지 번뇌가 생겨납니다. 내가 너한테 뭔가를 해준 것 같고, 네가 나한테 뭔가를 빼앗은 것 같고, 네가 나에게 은혜를 베푼 것 같고, 내가 너를 위해 열심히 해주었는데 너는 내게 아무것도 안 해준 것 같고. 이런 모든 괴롭고 슬픈 번뇌가 마음의 기본적인 분열 현상인 나와 너의 탄생으로부터 생겨납니다.
어리석음(무명無明)도 업業이 만들어 내는 환상입니다. 불교에서 ‘무명의 업’이라는 표현을 자주 하는데 어리석음이나 아무런 이유 없이 생겨나는 업을 말합니다. 무명을 어리석음이라 하고 한번 살펴보면, 밝지 못하고 지혜롭지 못한 마음을 얘기하는 것은, 지혜로운 마음이 그에 대비될 때 가능합니다. 이렇게 지혜로운 마음과 지혜롭지 않은 마음은 모두 마음이 만들어낸 경계 속에서의 일입니다. 마음의 혼란은 ‘이래야 돼. 이게 옳아. 이게 맞아.’라는 기준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 기준이 없다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혼란스럽지 않습니다. 어린애한테는 그런 마음이 없으니까 어느 상황에서도 절대 혼란스러워하지 않습니다. 혼란스러움은 마음이 만들어 낸 현상입니다. 마찬가지로 ‘모른다. 어리석다.’는 것도 ‘이게 맞아.’라는 마음의 기준이 형성돼 있을 때 일어납니다. 마음이 경계 속에 빠지지 않으면 어리석음도 지혜로움도 있을 수 없기에 무명無明은 마음의 분열에 기반을 두고 일어나는 업환業幻입니다.
이처럼 번뇌와 무명은 마음의 근본에서 경계를 지었기 때문에 일어나는 환상일 뿐, 마음 근본 자체의 변화는 전혀 없습니다. 진흙으로 빚어서 컵과 접시가 만들어졌을 뿐이지, 그 진흙 자체는 변함없음과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번뇌와 무명의 업환이 모두 진여眞如의 성상性相이라는 겁니다. 진여, 본질 그 자체의 특성을 가진 상相이라는 것이죠.
- 《대승, 현상과 본질을 뛰어넘다》上권, 306쪽~309쪽
▶ 이 내용은 ‘깨어있기-의식의 대해부’ 워크숍의 후속모임인 오인회(悟因會)에서 월인 님이 강의한 2012년 대승기신론 강의의 일부입니다.
▶ 이 강의 전체가 단행본으로 출간되어 있습니다: 《대승, 현상과 본질을 뛰어넘다》 상,중,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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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대승기신론 강의 23강
▶ 강의: 월인(越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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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과 불각의 두가지 상│대승기신론 강의 (上권 306쪽) (자막을 켜고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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