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에 집착하는 것이 바로 망심(妄心)입니다. 대상에 집착한다는 건 대상과 주체의 경계를 유지시킨다는 거예요. 사실 망심의 근본은 나와 대상을 나누어 그 분별 속에 빠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많은 대상이 생기고 좋고 나쁨이 생기죠. 모든 망심은 거기에서 시작됩니다. 그래서 집착이 생기고, 고락(苦樂)이 생기며 끊임없는 의식현상이 이어집니다.
자, 그런데 우리가 집착하고 싶어서 집착하는 걸까요? 집착이 안 좋다는 건 누구나 알죠.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집착합니다. 그런 집착은 왜 생길까요? 집착은 그냥 일어나는 겁니다. 집착은 스스로 원해서 하는 게 아니에요. 만일 스스로 원했다면 집착을 놓아버리면 될 일입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집착을 원해서 하지는 않아요. 다만 집착이 일어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집착은 의식의 발전과정에서 나타나는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업식(業識)에서 처음 마음이 움직여 나와 대상이 생겨나고, 대상 하나하나가 구별되며, 그 후 대상들 사이의 비교가 일어나면서 좋고 나쁨이 생겨납니다. 그리고 좋은 것에 매달리는 데서 집착과 함께 고락(苦樂)이 생겨나죠. 즐거움에 대한 집착이 생겨나요. 그런데 이 과정은 느낌의 차원에서 보면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생각에 물들지 않은 느낌은 이 순간에 필요한 일을 알려주는 신호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스무 살이 넘어가면서 많은 느낌들에 이름이 붙고, 이 이름들이 연합하여 형성한 생각의 네트워크 속으로 들어가면, 이제 느낌에 대한 끌림인 집착은 생각들로 인해 방대하고 끊이지 않게 됩니다. 고질적인 병이 되고 말아요. 생각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네트워크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느낌 하나하나는 따로 존재하죠. 그게 전부입니다. 그러나 생각은, 이 생각과 저 생각이 연결되면서 수많은 생각들이 하나의 네트워크를 이루기 때문에 한 군데가 흔들려도 곧 전체가 흔들립니다. 생각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생각에 이름이 붙으면 이것의 의미는 저것과 연결됩니다. 그렇게 거미줄처럼 연결된 생각의 밑바닥에 느낌이 있습니다.
의미가 생각입니다. 느낌들의 연관성이 곧 의미에요. 사람들은 삶에서 어떤 의미를 찾지 못하면 죽을 것 같아 합니다. 인생에 의미가 없다며 허무에 빠지죠. 로고테라피(logotherapy)를 창안한 유태인 의사 빅터 프랭클의 책이 있습니다. 2차 대전 당시 아우슈비츠에서 사람들을 관찰한 결과, 살아야 하는 이유와 의미가 있는 사람들은 살아남고,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 죽더란 얘기입니다. 빅터 프랭클은 살아야 하는 의미를 찾아내면서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았는데, 그런 경험에 착안한 정신치료법이 로고테라피, 즉 삶의 의미를 발견해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더 깊이 보면, 진정한 생명력은 아무 의미 없이도 분출됩니다. 물론 아무리 사소한 것에서도 어떤 의미를 발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어요. 그러나 “모든 것에 의미가 있다.”는 말은 어떤 의미도 없다는 말과 상통합니다. 거기까지 갔다면 빅터 프랭클의 치료법도 좋습니다. 하지만 거기에 도달하지 않았다면 언젠가는 결국 아무 의미 없음에 맞닥뜨릴 겁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의미가 있다면, 그것은 아무 의미도 없다는 말과 같아요.
기본적으로 생각은 의미입니다. 그 의미 밑에는 느낌이 숨어 있지만, 사람들은 느낌에 머무르지 않고 주로 생각에 머물러서 네트워크의 하나로 존재합니다. 왜냐하면 생각은 그 본성상 이 생각에서 저 생각으로 이어지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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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집착은 의식의 발전과정에서 나타나는 필연적인 결과│진심직설 강의 [자막을 켜고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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