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고의 근간은 사물에 대한 분별되는 느낌과 거기에 붙은 이름들 간의 관계이다. 그리고 이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단어들은 모두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컴퓨터’란 단어는 모니터, 자판, 카메라, 마우스, 전기, 메인회로 등과 연관되어 있고, 그중 ‘모니터’란 단어는 디스플레이 패널, LCD, LED, 색깔, 케이블, 제조라인 등과, ‘색깔’은 빛, 프리즘, 무지개 등과, ‘빛’은 태양, 태양계 등과 연관되어 있어 이 각각의 단어가 연결된 고리들을 따라가면 결국 컴퓨터란 단어에 전 우주가 다 연관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모두 다 연결되어 있다 하더라도 우리 무의식에서 컴퓨터는 태양보다는 모니터에 훨씬 더 가깝게 연결되어 있다. 이에 대한 실험을 프라이밍(Priming 또는 점화)이라고 하는데 더 가깝게 연결되어 있는 단어들은 멀리 연결되어 있는 단어들보다 서로에게 빨리 반응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새’와 ‘개똥지빠귀’라는 단어를 연속으로 보여줄 때와 ‘도로’와 ‘개똥지빠귀’를 연속으로 보여줄 때, 전자의 개똥지빠귀를 0.1초라도 더 빠르게 발음한다는 것이다. 또 ‘햇빛’이란 단어를 먼저 보여주면 ‘질병’이란 단어를 먼저 보여주었을 때보다 ‘찬란한’이란 단어를 더 빨리 발음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의식하기도 전인’ 아주 빠른 시간에 일어난다(Roger Giner-Sorolla, Magda T.Garcia, and John A.Bargh. 1999. "The Automatic evaluation of Pictures" Social cognition17(1) : 76-96).
이렇게 실험에 의하면 의식적인 생각이 개입하기도 전인 아주 빠른 시간 안에 이런 일이 진행됨을 보여준다. 즉 생각을 이루는 단어들 간의 멀고 가까움이 이미 무의식적으로 정해져있는 것이다.
그런데 단어들 간의 관계인 생각, 생각과 상황의 적절한 매치인 지혜는 의식적으로 관계맺지 못하고 있던 가까이 있던 정보들 간의 극적인 결합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들이 의식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다양하다. 트라우마 때문일 수도 있고, 강한 ‘나’라는 틀 때문에 그 틀에 맞지 않아 저 아래 무의식으로 밀어넣어놓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서로간의 관계성이 파악되지 않아 무의식화되었을 수도 있다.) 비유를 들자면 이것은 마치 ‘밭에 황금이 묻혀 있었는데 드디어 찾았다’라기보다는 ‘쇠와 수은이 묻혀있었는데 이 둘을 결합하니 황금이 되었다’에 더 가깝다. 이것을 연금술이라 한다. 무의식에 개별적으로 묻혀있던 정보들이 서로 매치되며 황금과 같은 지혜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 매치는 의식적 주의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즉, 아직 관계 맺지 못한 정보들 간에 연결고리가 이어지면 그 주제를 이룰 통찰이 일어나게 되는데, 주의는 이 가까운 연결고리에 빛을 밝혀주는 플래시 라이트와 같다. 그러므로 주제에 주의를 줄 때만 이 연결고리들에 빛이 밝혀지고 서로 연결되며 ‘의식화’될 것이다.
이원규 두손
▶ 통찰력소식지 24호 (2019년 4월) 목차
.다가오는 강좌 소개 및 동정 _ 2쪽
.통찰력게임 참가자 후기 _ 3쪽
.통찰력게임, 그 철학과 구성요소 (3부) _ 5쪽
.코칭 철학의 심리학적 토대에 관한 연구 (8부) _ 8쪽
.통찰은 어떻게 일어날까요? 책 《유연한 사고의 힘》 _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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