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 리 말> ‘나’는 어떤 과정을 거쳐 ‘나’라고 느껴지게 되는 것일까요? 아주 어린 아이들이 ‘나’라는 것을 주장하지 않는 것을 보면 ‘나’라는 느낌은 분명 성장과정에서 생겨난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어떤 과정을 거쳐 ‘나’라고 느껴지고 우리의 중심 역할을 하게 된 것일까요? ‘나’라는 것이 어떻게 사물을 ‘보게 되고’ ‘듣게 되며’ ‘알게 되는’ 것일까요?
여기에는 참으로 흥미로운 과정과 놀라운 환상이 겹쳐져 있습니다. 먼저 이 전체 청사진의 뿌리에는 ‘나와 너’라는 이원론이 자리하고 있으며, 생명에너지가 그 중 하나를 더 많이 편들고 있고, 에너지 불균형이 일어난 그 둘 사이의 평형을 이루기 위해 움직임이 일어나면서 ‘안다’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즉, 당신에게 어떤 사물이 보인다는 것은, 보고 있는 ‘나’와 보이는 ‘사물’로 나뉘어져 있고 그중 ‘나’에 에너지를 더 많이 두어 그것과 동일시함으로써 중심으로 삼고 있으며, 거기에서 ‘사물’이라는 대상이 보이고 느껴지고 알려진다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신이 보고 듣고 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환상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 우리가 보고 듣고 안다기보다는, 보여 지고 들려지고 알려지는 것들에 이름이 붙어 의식이라는 전체 네트워크가 흔들린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거기에서 ‘나’란 그저 하나의 요소일 뿐이며, 전체 흐름의 본질은 순수한 생명의 힘이라는 것을 알아채게 됩니다. 분리된 내가 있다는 느낌, 사물이 있다는 느낌, 무언가 들리는 현상, 다른 것과 차이 나는 어떤 맛이 있다는 느낌은 모두 생명력의 장이 만들어내는 일시적인 패턴일 뿐입니다.
여러분은 이 책 ‘깨어있기-의식의 대해부’를 통해 그러한 과정을 이론이 아니라 ‘경험’적으로 맛보게 될 것이며, 그러한 경험을 통해 ‘나’라는 패턴에서 벗어나 그 패턴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자리’에 자신이 늘 있었음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2009. 11. 1 월인
<워크숍 내용>
● 의식 - 의식의 해부도 - 우리는 의식의 근본을 왜 보려하는가? - 감각하기가 되면 어떻게 되는가? - 의식은 어떻게 발생하는가? - ‘나’라는 느낌은 어디서 오는가? - 의식 탄생의 과정
● 주의 - 주의의 종류 - 물은 달이 아니라 달그림자를 보고 있다 * 확장연습 : 침묵으로 가득 채우기
● 감지 - 감지란 무엇인가? - 중성적으로 느끼기 - 분별감 느끼기 * 확장연습 : 에너지 바다 - 감지의 과거성 : 기억 * 확장연습 : 존재의 중심 찾기
● 감각 - 감각 발견하기 * 확장연습 : 확장하기 - 다양하게 감각하기 - 낯설게 보기 * 확장연습 : 사물과 접촉하기
● 용어 정의 - 감각 : 있는 그대로를 느끼다 - 감지 : 익숙하다, 안다는 느낌 속에 갇히다 - 주의 : 생명의 투명한 힘 - 생각과 의식 :감지들의 네트워크 - 동일시 :삶을 '알게' 해주는 유용한 도구 - 감정 :감지들간의 밀고 당김을 보여주다 - 감각에 열려있기 - 깨어있기 : ‘있음’을 깨닫기 - 각성(覺性) : 의식의 본질을 깨닫기
바다 (홀로스 공동체학교 과정)
공동체학교 학생으로 있으면서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는 깨어있기를 여러 번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선생님께서 매번 다르게 깨어있기를 진행해주시지만, 어느 순간 안다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며 초심을 잃어가는 듯했다. 그래서 이번 깨어있기 기초의 목표를 ‘안다는 마음 없이 처음 듣는 것처럼 듣기’로 삼았다. 그러니 반복이라고 여기며 놓치고 있던 부분들과 새로이 만날 수 있었다.
선생님께 감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감지연습을 하는데, ‘나는 감지를 알고 있어’라는 안다는 마음이 충분히 에너지를 쏟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것을 의식하며 ‘안다는 느낌’이 있어도 그 느낌과 상관없이 정성들여 사물 하나하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니 ‘알고 있다’는 느낌도 사물의 느낌을 잡아내듯 뚜렷이 잡혔다. 그러자 거기에 뭉쳐있던 에너지가 용해되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알고 있다’라는 신념이 에너지 통로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후 앵두관에 늘 놓여있던 식물들을 대상으로 감지연습을 하는데 생전 처음 보는 식물들처럼 느껴졌다. 그러자 충만감과 사랑이 올라왔다. 나도 그렇고, 식물들도 그렇고 우리의 존재가 서로 같은 재료로 이루어졌다는 직관적인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선생님께서 손에 컵이 닿을 때처럼 모든 느낌들이 의식에 가 닿는 것이라는 것, 대상이라는 것이 철저히 의식되어야 한다고 말씀해주셨던 것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감지연습을 하니 자연스럽게 나라는 느낌을 포함한 모든 느낌들이 ‘느낌(대상이자 일어났다 사라지는 현상)’이라는 것이 점점 더 분명해지는 듯했다. 이 과정을 통해 거리감이 느껴지는 방식으로 느낌이 관찰되는 것이 아니라 느낌 그 자체가 이미 ‘나’가 될 수 없음을 더 분명하게 확인하게 되는 것 같았다. 안다고 여기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감지를 분명하게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 와 닿았다.
주의 연습을 통해서는 연습을 통해 주의가 점점 더 세밀하게 의식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인상 깊었던 연습 중 하나는 자동적 주의를 의식해보는 연습이었다. 지금까지 자동적 주의에 의해서 습관적으로 살아왔으며, 자동적 주의를 선명히 의식할 때 조금 더 균형 잡힌 행동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와 닿았다.
또한 이번에 한 주의 연습과 그간의 주제와 연결되어 새로이 다가오는 부분이 있었다.
무언가를 알고자 할 때 늘 주의를 보내는 방식으로 알아왔기에 앎이 일어나는 배경 또한 주의를 보내는 방식으로 알고자 해왔다. 주의를 보냄으로써 아는 것은 늘 주체와 대상으로 나누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자 하는 것은 전체이다. 일어나고 사라지는 부분이 아닌 나누어지지 않은 전체를 알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관찰되는 모든 느낌은 그것이 부분이기에 의식된다. 그렇기에 그것을 관찰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부분이 아니게 된다. 그렇기에 주의를 보내는 방식으로는 바탕을 발견할 수 없다.(주체) 발견하고자 하는 의도에 동일시되어 (대상)또 하나의 그림을 잡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이 지금 이 순간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 바탕의 증거가 된다. 주체-대상이 마음 위에 떠올라 있다는 것. 그러나 이것이 그저 발견에 그치고 삶에 적용되지는 못했다. 그 결과 여전히 배경을 주의를 보내는 방식으로 확인하려고 하거나, 공허감에서 벗어나 마음의 상태를 바꾸려고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주의 연습을 통해 공허감에 저항하고 있는 상태이든, 기준에 에너지가 많이 쏟아진 상태이든, 어디에도 주의가 뭉쳐있지 않고 열려있는 상태이든 모두 주의의 모습이 바뀐 것일 뿐이라는 점이 와 닿았다. 거친 파도이든, 잔잔한 파도이든 모두 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그 물은 언제나 지금 이 순간 인식되고 있다.
이 앎을 삶으로 살아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라는 질문이 올라왔다. 그러나 그 의도가 또 마음 위에 나타난 것이라는 게 의식되었다.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것은 질문을, 탐구를 멈추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올라왔다.
열정적으로 가르쳐주시는 선생님과 집중해서 깨어있기를 들으시는 도반 분들 덕분에 에너지를 받는 느낌이었다. 감사드린다.
현재 (전직 교사)
백일학교를 하면서 깨어있기 기초에 두 번째 참가하였다.
수업을 받으면서 처음 듣는 내용들에 내가 두 번째 참가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특히 감지는 개념을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호수는 달에 뜬 그림자를 보는 것이지 달 자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 이해되었고 선생님과 함께하는 감지 연습은 큰 도움이 되었다. 이 글을 적고 있는 중에 남편으로부터 온 문자 내용을 확인하며 가슴 아래쪽에서 아지랑이처럼 가늘게 올라오다 멈추는 화가 감지되었다.
이번 모임의 핵심은 침묵 느끼기였다. 비개인 모임을 하면서 경험해 보지 못한 깊은 침묵 속에 빠져서 사무실의 분주한 소리를 듣고 있지만 같은 공간 다른 차원의 느낌으로 있는 것을 경험했었다. 대충 무엇인지는 알 것 같으나 지나갔다. 온라인 백일학교를 시작하고 찬 바닥에 앉아 화분의 꽃을 감지하고 있던 중 몸으로 전해지는 한기와 달리 깊은 침묵으로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일어서도 설거지를 해도 그 침묵이 느껴졌다. 선생님의 설명으로 무엇인지 알게 되었지만 또 지나갔었다. 마지막 날 침묵 느끼기 연습을 한 후 참가자 한 명 한 명의 경험에 대한 선생님의 질문과 설명 속에서 체득이 되었다. 이미 바탕의 침묵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이. 그리고 알게 되었다. 느껴지는 느낌과 올라온 생각을 멈추면 사라지는 것들이 이미 침묵 속에 있기 때문이었다.
도란님, 꽃마리님, 어니님, 바다님, 자생님의 경험들이 다가와 공명하면서 이해와 느낌이 증폭되었다. 선생님의 혼신을 다하시는 가르침은 늘 감동이다.
꽃마리 (산림치유지도사, 백일학교 과정)
3번째 깨어있기 기초를 들었지만 이번엔 유독 처음 듣는 느낌이었다. 주의와 감지에 대해 자세하게 이론과 실습이 진행되었기 때문인 듯한데, 선생님께서 아래 2가지 질문에 대해 탐구해보라고 하셨다.
1. 감지로 볼 때 왜 느낌이 몸에도 느껴지고 저쪽에 있는 사물에도 느껴질까?
주의가 사물에도 내 마음에도 갈 수 있어서 그런 걸까? 추측해봤다. 주의가 여러 갈래로 쓰인다면 가능할 것 같았다. 느낌이 감각기관 안에서 일어나는 것이라면 두 곳에서 느낌이 느껴지는 것을 보고 있네? 감각기관 밖에는 무엇이 있는 걸까? 두 느낌 사이에 하늘이든 땅이든 어떤 공간이 있는 것 같이 이미지가 그려졌다. 새로운 실험을 통해서 이에 관련한 통찰이 일어날 수 있게 계속 탐구해보는 것으로 선생님께서 방향을 잡아주셔서 감사했다.
2. 의도는 누가 어떻게 낼까?
(누가) 과거에 쌓인 경험과 기준이 낸다. ‘나’라고 믿고 있는 신념에서부터 온다. 의도라는 느낌이 올라오는 거였다. 선생님께서 꽃마리는 부추기는 게 있어. 라고 하신 말씀에 대해 생각해보니 결국 의도를 내는 것과 통하는 말이라고 느껴졌다.
(어떻게) 의도는 과거의 경험이 의도라는 탈을 쓰고 자신을 강화하고 확장시키려는 움직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쁘진 않다, 전체를 위해 쓰이면 조화롭게 의도가 쓰이겠지만 개인만을 위해 쓰이면 부작용을 낳는다. 어쩌면 존재를 유지하려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의도’라는 필터로 비춰본 것 같다.
의도가 지금 이 순간에 느낌일 뿐이라면 그 의도가 내 전체라는 착각을 하지 않을 것 같다. 마음의 느낌에 변화를 실시간으로 보는 걸 반복하는 게 탐구의 실천이겠다. 내 전체에 가까운 고요함, 무한함과 떠오르는 느낌들을 함께 보면 그게 실천의 구체적인 모습이겠다. 점점 고요함에 온전히 머무는 힘을 키워갈수록 의도든, 기준에 빠지는 빈도가 줄면 탐구의 방향이 잘 가고 있는 것이겠다.
지난 1~2년간 선생님의 수업을 들을 때 정말 무턱대로 돌진하듯 배워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좀 떨어져서 맥락과 디테일을 이해하려고 시도하는 정도가 되는 듯하다. 약간은 민감해지고 섬세해졌다는 변화가 기분 좋게 다가온다. 그리고 이 공부가 점점 재밌다. 선생님과 함께 하는 모든 분들과 생강꽃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어니(외국인학교 한국어교사)
백일학교를 시작하고 하루 하루 주어진 주제를 마음에 품고 살다가 11번째 주제인 ‘다른 공간으로 들어설 때 감지 느끼기‘를 만났었다. 감지라는 말을 잘 몰라 깨어있기 책을 보기도 하고 용어 정리를 찾아보며 이해해보려 했었지만 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모임 때에도 이 주제는 좀 어려워서 깨어있기 프로그램 때 이해가 될 것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었다. 이번 깨어있기 기초 전까지는 어떤 의미도 몰랐던 것 같다. 그렇게 모른 상태로 깨어있기 기초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우선 깨어있기를 하려면 감정과 감지를 알아야하고, 느낌과 생각도 정확히 알고 마음으로 깊이 경험해야 했다. 먼저 사물을 대입해 시작했는데, 누가봐도 분명한 사물을 가지고 이것이 사실인지, 그저 느낌인지 분별해야 했다. 이론으로는 알지만 선생님께서 내게 여러번 반복해서 질문하시면 내 안에 있는 경험이 살아나 ‘저것은 사물이지‘하며 혼란에 빠지곤 했다. 그러기를 여러번 반복하다 결국 이해가 되었고, 감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이 신기했다. 이어 ‘주의 느끼기’도 어렵지만 신기하고 결국 받아들이게 되었다. 느낌과 주의는 내 안에서 나타나는 것이며, 현재의 느낌을 말한다. 그 중 강하게 다가 왔던 것은 떠올리지 않아야 하는 것, 떠올리기 싫은 것은 이미 거기에 주의를 주고 있기 때문에 계속 주의가 가며, 더 가까워진다는 것이었다. 어딘가 들어봤던 말이었지만 논리적으로 설명되고 명확한 사실로 알게되니 그냥 받아들여졌다. 모든 것이 느낌이며,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경험 느끼기를 하며 나에게는 무섭게 다가오기도 했다. 내가 느끼는 것조차 내가 아니라니, 그럼 진짜 나는 누구일까. 어디에 있는걸까. 무엇이라 칭해야 할까. 이런 저런 고민이 들었다.
그래서 감지가 필요하다고 하셨다. 감지, 느껴서 알고, 정확하게 마음을 잡아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지 연습을 해야 했다. 감지를 연습하면 이치를 알게 된다. 감지연습을 하니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고, 느껴지고, 지금 여기에 있다는 느낌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것만 같다.
연습을 하루마다 어렵고 반복되었지만, 조금씩 나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것 또한 느낌이라 있다가 사라지겠지만 앞으로 가는 길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리고 같이 공부하고 지낸 도반님들과 선생님께 너무 감사했다. 선생님이라는 튼튼하고 안전한 울타리가 있어 집중이 흐트러지거나 이해가 안 되어도 바로 바로 물어볼 수 있었고, 수없이 깨져도 다시 하면 된다는 믿음이 있어 2박 3일이 어렵거나 두렵지 않았다. 또한 같이 공부하고 처음인 나를 도와주시는 도반님들이 있어 그 존재만으로도 든든했다. 이 공부를 시작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사실 다름아닌 깨달음의 즐거움이었다. 살면서 내가 스스로 이렇게 열정을 갖고 무엇인가를 해본적이 있는가. 깨어있기가 나를 변화시켰다. 앞으로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하루하루 산책하면서든 언제 어디서든 감지 연습을 하고 느낌느끼기를 하며 심화 프로그램을 기다려 보도록 하겠다.
도란
감정과 생각으로 나아가지 않고 감각에만 머물지 않는 중간 단계의 주의, 감지 연습을 하였습니다. 그동안 지식화만 되어있던 마음공부 이론을 쉽게 체험할 수 있도록 섬세하게 배려해주시며 알려주신 월인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느낌 감지하는 연습 중에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을 빨리 캐치해서 교정해주셨고 개인적인 문제도 핵심을 짚어 간결하고 명확하게 풀어주셨습니다. 2박3일 동안 제 인생에서 가장 밀도 높은 충만감을 느꼈습니다. 주의 강도를 조절하고 범위를 확장하는 연습을 하면서 깨어있기와 고요한 배경을 맛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나와 대상을 분별하거나 아니면 그냥 멍때리며 살았습니다. 감지는 그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련인 것 같습니다. 현실생활에서도 주의집중과 주의제로 연습을 하면서 세상은 느낌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걸 실감하고 싶습니다. 좋은 기운을 나눠주신 도반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심화 수업도 너무 기다려집니다.
바다 (홀로스 공동체학교 과정)
공동체학교 학생으로 있으면서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는 깨어있기를 여러 번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선생님께서 매번 다르게 깨어있기를 진행해주시지만, 어느 순간 안다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며 초심을 잃어가는 듯했다. 그래서 이번 깨어있기 기초의 목표를 ‘안다는 마음 없이 처음 듣는 것처럼 듣기’로 삼았다. 그러니 반복이라고 여기며 놓치고 있던 부분들과 새로이 만날 수 있었다.
선생님께 감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감지연습을 하는데, ‘나는 감지를 알고 있어’라는 안다는 마음이 충분히 에너지를 쏟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것을 의식하며 ‘안다는 느낌’이 있어도 그 느낌과 상관없이 정성들여 사물 하나하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니 ‘알고 있다’는 느낌도 사물의 느낌을 잡아내듯 뚜렷이 잡혔다. 그러자 거기에 뭉쳐있던 에너지가 용해되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알고 있다’라는 신념이 에너지 통로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후 앵두관에 늘 놓여있던 식물들을 대상으로 감지연습을 하는데 생전 처음 보는 식물들처럼 느껴졌다. 그러자 충만감과 사랑이 올라왔다. 나도 그렇고, 식물들도 그렇고 우리의 존재가 서로 같은 재료로 이루어졌다는 직관적인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선생님께서 손에 컵이 닿을 때처럼 모든 느낌들이 의식에 가 닿는 것이라는 것, 대상이라는 것이 철저히 의식되어야 한다고 말씀해주셨던 것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감지연습을 하니 자연스럽게 나라는 느낌을 포함한 모든 느낌들이 ‘느낌(대상이자 일어났다 사라지는 현상)’이라는 것이 점점 더 분명해지는 듯했다. 이 과정을 통해 거리감이 느껴지는 방식으로 느낌이 관찰되는 것이 아니라 느낌 그 자체가 이미 ‘나’가 될 수 없음을 더 분명하게 확인하게 되는 것 같았다. 안다고 여기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감지를 분명하게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 와 닿았다.
주의 연습을 통해서는 연습을 통해 주의가 점점 더 세밀하게 의식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인상 깊었던 연습 중 하나는 자동적 주의를 의식해보는 연습이었다. 지금까지 자동적 주의에 의해서 습관적으로 살아왔으며, 자동적 주의를 선명히 의식할 때 조금 더 균형 잡힌 행동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와 닿았다.
또한 이번에 한 주의 연습과 그간의 주제와 연결되어 새로이 다가오는 부분이 있었다.
무언가를 알고자 할 때 늘 주의를 보내는 방식으로 알아왔기에 앎이 일어나는 배경 또한 주의를 보내는 방식으로 알고자 해왔다. 주의를 보냄으로써 아는 것은 늘 주체와 대상으로 나누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자 하는 것은 전체이다. 일어나고 사라지는 부분이 아닌 나누어지지 않은 전체를 알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관찰되는 모든 느낌은 그것이 부분이기에 의식된다. 그렇기에 그것을 관찰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부분이 아니게 된다. 그렇기에 주의를 보내는 방식으로는 바탕을 발견할 수 없다.(주체) 발견하고자 하는 의도에 동일시되어 (대상)또 하나의 그림을 잡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이 지금 이 순간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 바탕의 증거가 된다. 주체-대상이 마음 위에 떠올라 있다는 것. 그러나 이것이 그저 발견에 그치고 삶에 적용되지는 못했다. 그 결과 여전히 배경을 주의를 보내는 방식으로 확인하려고 하거나, 공허감에서 벗어나 마음의 상태를 바꾸려고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주의 연습을 통해 공허감에 저항하고 있는 상태이든, 기준에 에너지가 많이 쏟아진 상태이든, 어디에도 주의가 뭉쳐있지 않고 열려있는 상태이든 모두 주의의 모습이 바뀐 것일 뿐이라는 점이 와 닿았다. 거친 파도이든, 잔잔한 파도이든 모두 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그 물은 언제나 지금 이 순간 인식되고 있다.
이 앎을 삶으로 살아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라는 질문이 올라왔다. 그러나 그 의도가 또 마음 위에 나타난 것이라는 게 의식되었다.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것은 질문을, 탐구를 멈추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올라왔다.
열정적으로 가르쳐주시는 선생님과 집중해서 깨어있기를 들으시는 도반 분들 덕분에 에너지를 받는 느낌이었다. 감사드린다.
백일학교를 하면서 깨어있기 기초에 두 번째 참가하였다.
수업을 받으면서 처음 듣는 내용들에 내가 두 번째 참가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특히 감지는 개념을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호수는 달에 뜬 그림자를 보는 것이지 달 자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 이해되었고 선생님과 함께하는 감지 연습은 큰 도움이 되었다. 이 글을 적고 있는 중에 남편으로부터 온 문자 내용을 확인하며 가슴 아래쪽에서 아지랑이처럼 가늘게 올라오다 멈추는 화가 감지되었다.
이번 모임의 핵심은 침묵 느끼기였다. 비개인 모임을 하면서 경험해 보지 못한 깊은 침묵 속에 빠져서 사무실의 분주한 소리를 듣고 있지만 같은 공간 다른 차원의 느낌으로 있는 것을 경험했었다. 대충 무엇인지는 알 것 같으나 지나갔다. 온라인 백일학교를 시작하고 찬 바닥에 앉아 화분의 꽃을 감지하고 있던 중 몸으로 전해지는 한기와 달리 깊은 침묵으로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일어서도 설거지를 해도 그 침묵이 느껴졌다. 선생님의 설명으로 무엇인지 알게 되었지만 또 지나갔었다. 마지막 날 침묵 느끼기 연습을 한 후 참가자 한 명 한 명의 경험에 대한 선생님의 질문과 설명 속에서 체득이 되었다. 이미 바탕의 침묵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이. 그리고 알게 되었다. 느껴지는 느낌과 올라온 생각을 멈추면 사라지는 것들이 이미 침묵 속에 있기 때문이었다.
도란님, 꽃마리님, 어니님, 바다님, 자생님의 경험들이 다가와 공명하면서 이해와 느낌이 증폭되었다. 선생님의 혼신을 다하시는 가르침은 늘 감동이다.
3번째 깨어있기 기초를 들었지만 이번엔 유독 처음 듣는 느낌이었다. 주의와 감지에 대해 자세하게 이론과 실습이 진행되었기 때문인 듯한데, 선생님께서 아래 2가지 질문에 대해 탐구해보라고 하셨다.
1. 감지로 볼 때 왜 느낌이 몸에도 느껴지고 저쪽에 있는 사물에도 느껴질까?
주의가 사물에도 내 마음에도 갈 수 있어서 그런 걸까? 추측해봤다. 주의가 여러 갈래로 쓰인다면 가능할 것 같았다. 느낌이 감각기관 안에서 일어나는 것이라면 두 곳에서 느낌이 느껴지는 것을 보고 있네? 감각기관 밖에는 무엇이 있는 걸까? 두 느낌 사이에 하늘이든 땅이든 어떤 공간이 있는 것 같이 이미지가 그려졌다. 새로운 실험을 통해서 이에 관련한 통찰이 일어날 수 있게 계속 탐구해보는 것으로 선생님께서 방향을 잡아주셔서 감사했다.
2. 의도는 누가 어떻게 낼까?
(누가) 과거에 쌓인 경험과 기준이 낸다. ‘나’라고 믿고 있는 신념에서부터 온다. 의도라는 느낌이 올라오는 거였다. 선생님께서 꽃마리는 부추기는 게 있어. 라고 하신 말씀에 대해 생각해보니 결국 의도를 내는 것과 통하는 말이라고 느껴졌다.
(어떻게) 의도는 과거의 경험이 의도라는 탈을 쓰고 자신을 강화하고 확장시키려는 움직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쁘진 않다, 전체를 위해 쓰이면 조화롭게 의도가 쓰이겠지만 개인만을 위해 쓰이면 부작용을 낳는다. 어쩌면 존재를 유지하려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의도’라는 필터로 비춰본 것 같다.
의도가 지금 이 순간에 느낌일 뿐이라면 그 의도가 내 전체라는 착각을 하지 않을 것 같다. 마음의 느낌에 변화를 실시간으로 보는 걸 반복하는 게 탐구의 실천이겠다. 내 전체에 가까운 고요함, 무한함과 떠오르는 느낌들을 함께 보면 그게 실천의 구체적인 모습이겠다. 점점 고요함에 온전히 머무는 힘을 키워갈수록 의도든, 기준에 빠지는 빈도가 줄면 탐구의 방향이 잘 가고 있는 것이겠다.
지난 1~2년간 선생님의 수업을 들을 때 정말 무턱대로 돌진하듯 배워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좀 떨어져서 맥락과 디테일을 이해하려고 시도하는 정도가 되는 듯하다. 약간은 민감해지고 섬세해졌다는 변화가 기분 좋게 다가온다. 그리고 이 공부가 점점 재밌다. 선생님과 함께 하는 모든 분들과 생강꽃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어니(외국인학교 한국어교사)
백일학교를 시작하고 하루 하루 주어진 주제를 마음에 품고 살다가 11번째 주제인 ‘다른 공간으로 들어설 때 감지 느끼기‘를 만났었다. 감지라는 말을 잘 몰라 깨어있기 책을 보기도 하고 용어 정리를 찾아보며 이해해보려 했었지만 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모임 때에도 이 주제는 좀 어려워서 깨어있기 프로그램 때 이해가 될 것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었다. 이번 깨어있기 기초 전까지는 어떤 의미도 몰랐던 것 같다. 그렇게 모른 상태로 깨어있기 기초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우선 깨어있기를 하려면 감정과 감지를 알아야하고, 느낌과 생각도 정확히 알고 마음으로 깊이 경험해야 했다. 먼저 사물을 대입해 시작했는데, 누가봐도 분명한 사물을 가지고 이것이 사실인지, 그저 느낌인지 분별해야 했다. 이론으로는 알지만 선생님께서 내게 여러번 반복해서 질문하시면 내 안에 있는 경험이 살아나 ‘저것은 사물이지‘하며 혼란에 빠지곤 했다. 그러기를 여러번 반복하다 결국 이해가 되었고, 감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이 신기했다. 이어 ‘주의 느끼기’도 어렵지만 신기하고 결국 받아들이게 되었다. 느낌과 주의는 내 안에서 나타나는 것이며, 현재의 느낌을 말한다. 그 중 강하게 다가 왔던 것은 떠올리지 않아야 하는 것, 떠올리기 싫은 것은 이미 거기에 주의를 주고 있기 때문에 계속 주의가 가며, 더 가까워진다는 것이었다. 어딘가 들어봤던 말이었지만 논리적으로 설명되고 명확한 사실로 알게되니 그냥 받아들여졌다. 모든 것이 느낌이며,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경험 느끼기를 하며 나에게는 무섭게 다가오기도 했다. 내가 느끼는 것조차 내가 아니라니, 그럼 진짜 나는 누구일까. 어디에 있는걸까. 무엇이라 칭해야 할까. 이런 저런 고민이 들었다.
그래서 감지가 필요하다고 하셨다. 감지, 느껴서 알고, 정확하게 마음을 잡아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지 연습을 해야 했다. 감지를 연습하면 이치를 알게 된다. 감지연습을 하니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고, 느껴지고, 지금 여기에 있다는 느낌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것만 같다.
연습을 하루마다 어렵고 반복되었지만, 조금씩 나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것 또한 느낌이라 있다가 사라지겠지만 앞으로 가는 길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리고 같이 공부하고 지낸 도반님들과 선생님께 너무 감사했다. 선생님이라는 튼튼하고 안전한 울타리가 있어 집중이 흐트러지거나 이해가 안 되어도 바로 바로 물어볼 수 있었고, 수없이 깨져도 다시 하면 된다는 믿음이 있어 2박 3일이 어렵거나 두렵지 않았다. 또한 같이 공부하고 처음인 나를 도와주시는 도반님들이 있어 그 존재만으로도 든든했다. 이 공부를 시작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사실 다름아닌 깨달음의 즐거움이었다. 살면서 내가 스스로 이렇게 열정을 갖고 무엇인가를 해본적이 있는가. 깨어있기가 나를 변화시켰다. 앞으로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하루하루 산책하면서든 언제 어디서든 감지 연습을 하고 느낌느끼기를 하며 심화 프로그램을 기다려 보도록 하겠다.
감정과 생각으로 나아가지 않고 감각에만 머물지 않는 중간 단계의 주의, 감지 연습을 하였습니다. 그동안 지식화만 되어있던 마음공부 이론을 쉽게 체험할 수 있도록 섬세하게 배려해주시며 알려주신 월인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느낌 감지하는 연습 중에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을 빨리 캐치해서 교정해주셨고 개인적인 문제도 핵심을 짚어 간결하고 명확하게 풀어주셨습니다. 2박3일 동안 제 인생에서 가장 밀도 높은 충만감을 느꼈습니다. 주의 강도를 조절하고 범위를 확장하는 연습을 하면서 깨어있기와 고요한 배경을 맛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나와 대상을 분별하거나 아니면 그냥 멍때리며 살았습니다. 감지는 그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련인 것 같습니다. 현실생활에서도 주의집중과 주의제로 연습을 하면서 세상은 느낌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걸 실감하고 싶습니다. 좋은 기운을 나눠주신 도반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심화 수업도 너무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