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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각없는 상태이고 싶다
by 미내사 on 13:54:28 in 일기

나는 생각없는 상태이고 싶다


이유는 복잡한 생각을 지우기 위함이었다. 게임을 하는 동안 집중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주제가 생각이 없는 상태를 원했기 때문이다. 질문조차도 지우려 했고 선택하여 고른 카드의 내용도 머리 속에 넣지 못했다. 중간 중간 생각을 없애기 위한 발버둥만 치고 있었다. 다리가 아파오고 허리가 저려도 몸에서 오는 반응은 그냥 버리려 했다. 마지막 단계라 느껴지는 순간 선생님의 짧은 질문과 안내가 이어졌다. 그때 평생 느껴보지 못한 경험을 하였다. 지금 이 순간도 감동이 이어지는 기분이다. 그 경험은 생각을 떠난 속에서 진정한 나를 보게 된 것이다. ‘그 속에 들어가 보라’는 말을 자주 들었지만 두려움과 무거움으로 들어가기를 꺼려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들어가는 것도 잊었다. 하지만 그냥 머리를 넣어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 속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어두웠고 별이 없는 우주 같았다. 선생님이 그것이 ‘나’의 본질과 유사하다라고 말씀하셨을 때 난 태어나 처음으로 온몸에서 전율과 감동, 벅참, 환희... 들을 느끼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감동은 멈추질 않아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되었지만 그러고 있는 것도 몰랐다. 그리고 하늘과 땅, 눈에 보이는 것들이 나를 포함하여 하나같이 느껴졌고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게임에서 결정한 카드의 단어들이 너무나도 생소하게 느껴졌다.

 
아직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두렵지도 않다. 기대되고 차분하다. 지금 내 목속으로 풍경(風磬) 소리가 지나가고 있다. 

 

- 윤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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